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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북의 눈에 내리는 비 / 유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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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9회 작성일 16-07-08 09:02

본문

 

최북의 눈에 내리는

 

유현숙


조선 화가 최북은 제 눈을 찔렀다 고흐는 제 귀를 잘랐다 종신형을 살던 도니 존슨은 초

콜릿을 개어 그림을 그렸다

폭풍설에 묻히는 산골의 긴 밤을 아이와 함께 걷는 풍설야귀인을

잘린 귀의 자화상을

초콜릿이 풀어낸 제 바닥의 색채를 그렸다

폭염을 걷던 어느 화가는 낯선 커피점에서 커피액을 찍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암흑이건 소리 밖이건 갇힌 감옥이건 커피점이건 누군가 고독한 손길로 붓질을 하는 곳에

는 빗소리가 들린다

해수관음이 바라보는 그 바다에서 범종이 운다

종소리가 사라진 다음의 적막과 적막이 우는 공명이 있다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단풍나무 숲길에 앉아 석류를 쪼갠다 붉게 물든 손가락을 본다

손가락이 붉어지는 동안

 

최북이 찌른 한 눈을 생각하고 한 귀가 잘린 고흐를 생각하고 도니 존슨의 감옥과 초콜릿

을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화가가 있는 작은 도시의 비 내리는 가을을 생각한다

 


 

yhs.jpg

 

경남 거창 출생
2001년 <동양일보>와 2003년 《문학 선》등단
2009년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서해와 동침하다』『외치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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