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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뎃잠 / 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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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95회 작성일 16-07-11 10:31

본문

한뎃잠

 

  문성해

 


장례식에서 돌아와
아침에야 밤잠을 잔다

 

돌아온 잠이 있고
돌아오지 못한 잠도 있다

 

병풍 앞에 둘러앉아
누군가의 한뎃잠을 지킨 사람들

그가 낯설게 뒤척이는 잠 속에 앉아
늦은 육개장을 집밥처럼 말아 먹어주고
(밤잠이 이리 환해도 될까!)
그가 켜둔 기억 속에 마지막으로 꽂혀 있었다

 

장례식이란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한뎃잠을 지척에서 지키는 일
돌아올 수 없는 잠에 대해 함구하는 일

 

생전 그와 같이 한 번도 누워본 적 없는 이들이
길고 지루하고 온전하게
(오, 하루치의 잠을 보시한 채)
한 개의 한뎃잠을 조문한 뒤

 

이 아침 방으로 돌아와
끊어진 밤잠을 다시 잇고 있다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자라 』『 아주친근한 소용돌이』『입술을 건너간 이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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