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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세계 /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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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59회 작성일 16-07-12 08:44

본문

타인의 세계

 

   박지웅

 

 

해골가족이 손가락뼈를 맞추고 있다

아이 턱뼈가 빠지자 아빠가 늑골을 덜거덕거리며 웃는다

함박웃음은 골칫거리다

터진 웃음을 견디지 못한 엄마가 무너지고

아빠는 유골을 더듬어 하나하나 뼈를 맞춘다

뼈가 붙은 엄마는 벽을 잡고 일어나

아이부터 껴안는다, 비록 품은 없지만 곁은 있다

해골가족은 애 태울 일도 속 썩을 일도 없다

창자도 쓸개도 내놓은 덕분에 이만큼 산다

아빠의 입에서는 더는 독한 술내가 나지 않는다

세상을 뼛속까지 이해한 뒤로 아예 속 비우고 산다

이 집의 모든 것은 뼈다귀로 이어져 있다

시린 뼈로만 엮은 울타리 아래 해골을 드는 해바리기

연못에 가라앉은 붕어들이 구천을 떠도는 곳

그래도 낙은 있다 땅거미 지고 달의 눈알이 다 차는 밤

빈 얼굴에 진흙을 겹겹이 바르면

아이 얼굴에 솜털이 나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엄마는 그 빛나는 몰골을 들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한다

의젓하게 다리 꼬고 앉아 아빠는 뼈대 있는 집안의 가장이 된다

가족은 오랜만에 지하에서 올라와

그림자를 마당에 힘차게 자랑스레 늘어뜨려본다

그러나 그것은 곧 시작된다

달에 검버섯처럼 구름이 피고 마른 귀 하나가 떨어진다

동그랗게 뚫린 흑점 같은 눈 속으로 찬바람이 불고

가족은 해골로 돌아간다

아침이 밝아온다, 태양이 뼈다귀 사이로 떠오른다

손은 있지만 손바닥은 없어진다

발은 있지만 발자국은 없어진다

세상과 저세상 사이에, 생가와 폐가 사이에 타인이 선다

덜거덕, 덜거덕거리는 이를 악물고




 

 

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 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2017년 '천상병 시(詩)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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