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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도 / 나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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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76회 작성일 16-07-15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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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도(蜀道)

 

나호열

 


경비원 한씨가 사직서를 내고 떠났다
십 년 동안 변함없는 맛을 보여주던 낙지집 사장이
장사를 접고 떠났다
이십 년 넘게 건강을 살펴주던
창동피부비뇨기과 원장이 폐업하고 떠났다
내 눈길이 눈물에 가닿는 곳
내 손이 넝쿨손처럼 뻗다 만 그곳부터
시작되는 촉도
손때묻은 지도책을 펼쳐놓고
낯선 지명을 소리 내어 불러보는 이 적막한 날에
정신 놓은 할머니가 한 걸음씩 밀고 가는 저 빈 유모차처럼
절벽을 미는 하루가
아득하고 어질한 하늘을 향해 내걸었던
밥줄이며 밧줄인 거미줄을 닮았다
꼬리를 자른다는 것이 퇴로를 끊어버린 촉도
거미에게 묻는다

 

 

as1.JPG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1986년 《월간문학》신인상 수상
1991년 《시와시학》중견시인상 수상
2004년 녹색 시인상 수상
미래시, 울림시, 강남시, 시우주문학회 동인으로 활동
저서로 『담쟁이 넝쿨은 무엇을 향하는가』
『집에 관한 명상 또는 길찾기』,『망각은 하얗다』
『아무도 부르지않는 노래』,『칼과 집』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낙타에 관한 질문』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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