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실 인형 / 강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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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82회 작성일 16-07-20 09:48본문
털실 인형
강신애
금세 사라져버리는 너를 대신해 뜬다
질긴 탯줄 끝
한 코 한 코 마음이 생겨난다
노란 모자, 풀빛 스마트 폰, 넘치는 활기까지
올올이 거울에 비춰보는 너
모양과 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떠달라고 떼를 쓴다
휑 뚫린 가슴으로 들어오면
아프지 않게 정성껏 바늘로 꿰매준다
나는 거미처럼 가늘어진다
몇 날 며칠 어느 구석에 처박혀 보이지 않으면
손목에 묶은 아리아드네의 실을 따라 간다
거기 어두운 곳, 올이 다 풀려 보푸라기 꺼풀만 남은 눈으로
액정 속에 잠든 너를 발견하곤 한다
화이트 오로라 커튼을 꿈꾸며
핀란드로 공처럼 날려달라고 몸을 웅크릴 때
너는 꼭 털실뭉치다
변화무쌍한 네가 미워
잠든 사이 훌훌 풀어버린다
애인, 아들, 채, 희, 명……
닳고 닳아 낡은 장롱 냄새를 풍기는 실로
탑처럼
나는 촘촘히 형상을 쌓아올린다
통하지도, 깊은 서사도 없지만 사랑스러운
추운 겨울밤
너는 환생을 꿈꾼다
1961년 경기도 강화에서 출생 1961년 경기도 강화에서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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