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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왕관 / 박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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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64회 작성일 16-07-25 10:14

본문

 

끼리의 왕관

 

   박강우

 

 

목욕을 싫어하는 코끼리가 있었다

땅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코만 남아 지나가는 토끼에게

왕관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토끼가 삽을 코에 걸어주고 갔다

코가 자라기 시작했다

가지를 치고 잎이 나기 시작했다

방울뱀이 잎을 따먹고

의자를 걸어주었다

의자는 잠자리를 불러 모았다

거북이가 봤다고 했다

어항에 빠뜨렸다고 했다

금붕어가 물고 바다로 떠났다고 했다

고양이가 따라 갔다고 했다

왕관이 목욕을 하는 동안

일곱 개의 창이 달린 집이

고양이에게 일곱 개의 코를 보여줬다

잃어버린 왕관은 몇 개일까

코끼리의 코는 몇 개일까

잠자리는 스물두 개를 보았다고 했고

금붕어는 열다섯 개를 봤다고 했다

코끼리는 하나도 보지 못했다




 

parkkangwoo-150.jpg
 

1959년 마산출생
부산의대졸업  
1998년『현대시학』등단
박강우 소아과의원 원장, 의학박사
시집 『병든 앵무새를 먹어보렴』『앨리스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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