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활 / 조동범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말과 활 / 조동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2회 작성일 16-07-26 08:31

본문

 

말과 활

 

조동범

 

 

들판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곳으로부터 풀은 자라고 말과 활은 시작됩니까. 그리하여 바람이 불어오면 들판은 익숙지 않은 길을 나부낍니다. 말에서 떨어져 죽는 것은 무엇입니까. 풀은 자라지 않고 떠나야 할 세계는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당신이 묘사하는 세계로부터 조상들의 무덤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무덤으로 걸어들어가는 상상은 쉽게 할 수 없고, 우리의 기억은 이제 아궁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만을 슬퍼하고자 합니다. 비가 내리면 풀은 피어납니까. 아니면 무덤을 향해 당신의 말과 활은 걸어들어갑니까. 말 위에 앉아 화살을 쏘면, 그것은 수 십 세기를 관통해, 닿을 수 없는 미래를 슬퍼합니다. 확언할 수 없는 구름과 바람의 이야기를 묘사할 때 들판은 아름답다고 누군가가 이야기합니다. 바람이 불어오고 구름이 흘러갈 때, 우리는 조지 오웰의 페이지를 펼쳐들고 추수할 수 없는 어느 논밭을 떠올립니다. 풀이 자라면 뿌리는 무엇을 움켜쥡니까. 씨를 뿌리지 않는 오늘 밤은 영원한 과거가 되어가며, 되돌릴 수 없는 들판의 말과 활을 통곡합니다. 씨를 뿌리면 내일은 옵니까. 아니면 그것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순간입니까. 아궁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씨를 뿌리지 않던 날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먼 전설만을 웅성일 뿐입니다. 텅 빈 들판 위로 말과 활은 이제 더 이상 누구의 것도 아닌 이야기를 떠올릴 뿐입니다. 화살이 들판을 관통하여 날아갈 때, 그것은 그저 어젯밤에 들려준 옛날 이야기와 무덤일 뿐입니다. 그리하여 내일밤은 이윽고, 닿을 수 없는 말과 활의 이야기에 참혹을 거듭할 뿐입니다.

 

 

1970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
  시집『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카니발』,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비평집 『 4 년 11 개월 이틀 동안의 비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8건 54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1 0 08-25
5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2 0 08-24
5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0 0 08-23
5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2 0 08-23
5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0 0 08-22
5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48 0 08-22
5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1 0 08-19
5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9 0 08-19
5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0 0 08-18
5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8 0 08-18
5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7 0 08-16
5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7 0 08-16
5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4 0 08-12
5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6 0 08-12
5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5 0 08-11
5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1 0 08-11
5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3 0 08-10
5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3 0 08-10
5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3 0 08-05
5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8 0 08-04
5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1 0 08-04
5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7 0 08-03
5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0 0 08-02
5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0 0 08-02
5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1 0 08-01
5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9 0 08-01
5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5 0 07-29
5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5 0 07-29
5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4 0 07-28
4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6 0 07-28
4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8 0 07-26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3 0 07-26
4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9 0 07-25
4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2 0 07-25
4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7 0 07-22
4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8 0 07-22
4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9 0 07-21
4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0 0 07-21
4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6 0 07-20
4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2 0 07-20
4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8 0 07-19
4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8 0 07-19
4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3 0 07-18
4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6 0 07-18
4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2 0 07-15
4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9 0 07-15
4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4 0 07-14
4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7 0 07-14
4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4 0 07-13
4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5 0 07-1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