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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활 / 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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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6회 작성일 16-07-26 08:31

본문

 

말과 활

 

조동범

 

 

들판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곳으로부터 풀은 자라고 말과 활은 시작됩니까. 그리하여 바람이 불어오면 들판은 익숙지 않은 길을 나부낍니다. 말에서 떨어져 죽는 것은 무엇입니까. 풀은 자라지 않고 떠나야 할 세계는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당신이 묘사하는 세계로부터 조상들의 무덤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무덤으로 걸어들어가는 상상은 쉽게 할 수 없고, 우리의 기억은 이제 아궁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만을 슬퍼하고자 합니다. 비가 내리면 풀은 피어납니까. 아니면 무덤을 향해 당신의 말과 활은 걸어들어갑니까. 말 위에 앉아 화살을 쏘면, 그것은 수 십 세기를 관통해, 닿을 수 없는 미래를 슬퍼합니다. 확언할 수 없는 구름과 바람의 이야기를 묘사할 때 들판은 아름답다고 누군가가 이야기합니다. 바람이 불어오고 구름이 흘러갈 때, 우리는 조지 오웰의 페이지를 펼쳐들고 추수할 수 없는 어느 논밭을 떠올립니다. 풀이 자라면 뿌리는 무엇을 움켜쥡니까. 씨를 뿌리지 않는 오늘 밤은 영원한 과거가 되어가며, 되돌릴 수 없는 들판의 말과 활을 통곡합니다. 씨를 뿌리면 내일은 옵니까. 아니면 그것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순간입니까. 아궁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씨를 뿌리지 않던 날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먼 전설만을 웅성일 뿐입니다. 텅 빈 들판 위로 말과 활은 이제 더 이상 누구의 것도 아닌 이야기를 떠올릴 뿐입니다. 화살이 들판을 관통하여 날아갈 때, 그것은 그저 어젯밤에 들려준 옛날 이야기와 무덤일 뿐입니다. 그리하여 내일밤은 이윽고, 닿을 수 없는 말과 활의 이야기에 참혹을 거듭할 뿐입니다.

 

 

1970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
  시집『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카니발』,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비평집 『 4 년 11 개월 이틀 동안의 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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