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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꿈 / 맹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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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05회 작성일 16-07-28 09:12

본문

못 꿈

 

맹문재

 

양 발바닥은 못투성이

어떤 못은 발등까지 올라와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못뽑이 삼아

이를 잡듯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손댈 때마다 겨울바람을 맞는 얼굴처럼 따가와도

수박을 먹는 것처럼 시원했다

뽑아놓은 못마다 피가 묻어 있었지만

물린 모기를 잡았을 때처럼 후련했다

피를 무서워하지 않다니, 나는

보리밭으로부터 멀어져 있구나

보리밭 끝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못을 계속 뽑았다

어느덧 손은 피범벅이고

얼굴에도 피가 묻었다

맨발로 못을 밟고 온 나를

맨손으로 못을 뽑고 있는 나를

누가 무시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83.jpg

 1963년 충북 단양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에서 수학
1991년 문학정신》 등단
1993년 전태일 문학상, 1996년 윤상원문학상 수상
2013년 고산문학대상 수상
시집으로 『물고기에게 배우다』『사과를 내밀다 』,
저서로 『한국민중시문학사』,『페미니즘과 에로티시즘 문학』,
번역서로 『포유동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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