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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자두 / 유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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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53회 작성일 16-08-01 11:22

본문

 범람하는 자두

 

    유미애

 

 

늑대가 될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어

손가락을 뚫고 나오는 어둠을 벽에 바르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비틀기도 했어

허기진 저녁이 가고

새벽에 받아놓은 눈물이 질척거릴 때

나무의 어둠도 피 흘리던 이파리도 사라지고 없었지

이후 내 그늘에는 빈 의자가 놓였어

자두처럼 예쁜 계집을 갖고 싶다는 너의 뜻은

땅속 깊이를 알지 못하고

뿌리를 피해 도망만 치며 살아온 나는

지상으로부터 이십 센티 위에 떠 있어야 했으니

야성을 잃어가는 발톱과 절룩거리는 의자의 이야기는

끝을 알 수 없었지

자두를 꿈꾸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새로 못질한 의자 위 의혹의 접시가 흔들리는데

푸른 쪽이든 썩은 조각이든 버릴 수가 없네

상처 줄 맘 없었다는 너의 말이

아직 저 붉은 원 안에 살고 있으니

라면 박스를 뚫고 나온 울음소리가 귓속을 돌고 있으니


 

 
 

 

1961년 경북 출생
2004년 《시인세계》등단
2009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음
시집『손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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