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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아버지 /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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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55회 작성일 16-08-01 11:26

본문

  스파이더맨 아버지

 

    최금진

 

  살금살금 은행 천장에 붙어 있다가
  금고까지 가느다란 거미줄을 치고
  서커스 단원처럼 돈다발을 꽁꽁 묶어 줄에 달고 휙, 휙, 휘익
  야호, 얼마나 갖고 싶었던 돈다발인가
  우리 아버지가 돈을 훔쳤어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우리들의 생계를 위해 저래도 되는 걸까요
  아버지의 이율배반을 배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똥구멍에서 나오는 끈적끈적 거미줄을 되감으며
  춤추고 재주를 넘고
  땡전 한 닢 밖에 없는 빈털터리 보름달 영감에게까지 들리라고
  긴긴 겨울밤 투전에 눈 뻘게진 토끼들도 들으라고
  이제 새로운 백만장자가 납신다고
  아버지는 새끼들을 위해 변종이 되고, 괴물이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들에겐 영웅인 걸요
  당신들 집에 쌓아놓은
  금두꺼비, 다이아반지,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슬슬 줄을 당기기만 하면 모두 아버지의 것


  전에 미리 봐두었던 남태평양 휴양지와 상큼한 미래를 위해
  꼭 먹고 싶었지만 이름도 생각 안 나는 과일들을 위해
  아버지는 줄을 타고 날아요
  주렁주렁 꽁무니에 달려 나오는 해골 같은 죄책감 따위는
  거대한 십자가 교회와 무덤에게 줘 버리고
  그래요, 우리 아버지는 도둑놈이 되었어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사회의 악이 되었어요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그 누군가가 저질렀을 일을
  우리 아버지가 솔선수범 하셨어요
  지금은 비단실 같은 달빛 내리는 감옥에 가 있는 아버지
  거기서도 거미줄처럼 몽상은 끝없이 퍼져나가고
  아버지의 상상은 여기저기 줄을 타고 막 날아다녀요
  자력구제가 금지된 민주사회에서 반신반인이 되신 아버지
  스파이더맨은 제 그물에 제가 갇힐
  그 최후의 자세를 생각할 뿐, 아아
  아버지, 당신이 물려주신 정체성은 지금의 우리에게 너무나 멀지만
  앞집 아이가 울 때, 그 집 아줌마가 아이를 재우고 혼자 울 때
  쉭, 쉬익, 손바닥에서 거미줄을 날려
  저 거대한 금빛의 달덩이를 우리에게 포획해주세요




충북 제천 출생
1994년 춘천교육대학교 졸업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8년 제4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
2001년 《창작과비평》신인상
시집『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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