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길 / 구재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42회 작성일 16-08-02 09:18본문
새의 길
구재기
새는 부리로
길을 만들며 날아간다
하늘을 날아갈 때나
땅 위에서나 물 위에서나
앞으로 나아갈 때면
목부터 먼저 앞으로 쭈욱 뻗는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두 눈을 번뜩이며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다는 것
바로 선 자리에서
오직 앞으로만
지나온 자취가 새겨질 때
지상에 새겨진 자취가
사실은 얼마나 큰 죄인가를 안다
그래서 먹이를 찾을 때에도
고개 숙여 속죄를 거듭하다가
날갯죽지 확 펼쳐 몸을 털어내다가
먼 하늘을 우러르다가
마침내 새는
하늘을 난다 하늘을 날며
부리가 만들어 놓은 길을
끊임없이 지워댄다 그걸 알고
하늘을 지나는 구름은
지상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
새의 발자국을 자꾸만 덮어준다
1950년 충남 서천 출생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농업시편』 『바람꽃』 『아직도 머언 사람아』 『삼 십리 둑길』
『둑길行』 『빈손으로 부는 바람』 『들녘에 부는 바람』
『정말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 속의 날 지우는 일이다』
『콩밭 빈 자리』 『千房山체 오르다가』『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강물』
『겨울은 옷을 벗지 않는다』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편안한 흔들림』 『흔적』 『추가 서면 시계도 선다』 등
제2회 충남문학상, 충청남도 문화상 문학부문, 제6회 시예술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