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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 애태타 /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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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98회 작성일 16-08-03 12:16

본문

 

만월, 애태타

 

이혜미


애태타(愛鮐它), 당신의 굽은 등으로 깃드는 밤

 

당신은 낙타처럼 슬픈 사나이, 당신을 좇아 앞뒷면이 거울인 관 속에 누워 만월을 기다렸다 애태타, 허리가 부러져 죽은 꽃들의 영혼이 당신을 이 척박한 땅에 부려놓았는가 당신에게로 도망가는 나의 유령들이 부풀고 젖어 등이 시리다 당신을 두드리다, 두드리고 또 두드리다 그 굽은 등 속으로 내가 들어앉고야 만 밤 애태타, 당신을 폐허가 되도록 경애하여 이 밤을 덮은 모든 주름들이 나를 향한다

 

사랑하는 나의 꼽추, 당신의 슬픈 잉여를 질투하며 세상의 모서리들이 다투어 쏟아졌고 어떠한 바깥도 거느리지 않은 채 달이 제 내부를 드러내곤 했었다 한 상 가득 병(病)을 차려둔 밥상에서 꿈과 뼈는 깊고 또 멀어, 내가 더럽힌 종이 위로 헛것들이 길게 누웠는데 애태타, 평생 당신의 시간만을 찾아 헤매다 죽은 여인도 있었다. 당신을 위해 등의 언어를 배우고 구부러진 것들만을 사랑한 남자도 있었다 잔인한 꼽추여. 다시 어떤 따스한 궁(宮)이 있어 활처럼 당겨진 그대 가슴으로 새벽의 등뼈가 깃들 수 있겠는가, 찬란한 그 속에서 나는 비로소 당신의 곤혹과 함께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하나의 거대한 물음이었던 것처럼, 그리하여 비로소 오롯한 무덤이 되었던 것처럼

 

애태타, 당신의 무덤에 그 어떤 치욕도 옮겨 심지 못해 울며 떠나간 이들은, 쏟아져 내린 시간의 주검들을 등에 인 채 오래도록 어둠 속을 망명해야 했다네 그대 창백한 이마가 무릎에 온전히 닿을 때까지, 그렇게 한없이 둥글어질 때까지

 

 

 

 

안양 출생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2009년 서울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으로『보라의 바깥』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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