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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모르모트 / 김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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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90회 작성일 15-07-30 09:26

본문

능한 모르모트

 

   김지명

 

 

 

죽고 싶어 라는 거짓말이

전염되는 계절

 

동물원에 간다

나의 동물은 한 사람이 가고 줄줄이 다른 사람이 와도 식어버린 표정이다

 

두려움을 방사하던 나의 동물은

두려움을 구경하던 이들과 섞여

지루한 한낮의 연약함을 완성한다

 

높은 철창을 믿니?

철창은 서로를 넘보는 우리식 대화법

 

나의 동물은 정말 우리를 빠져나오지 못할까

 

밤이면

고요가 동물원의 철창을 흔들어

머리 안에 잠자는 신호음을 핥고 갈 때

몸 안에 출렁이던 기억이

단말마로 터져 달려나가

 

포효를 들려줄게

귀를 열어줘

 

숲속마다 오로라 위성

불빛이 공룡빌딩을 끌고 언덕을 넘어가고

모르는 이름일수록 편애하는

구원이 가득한 광고

참말이야?

풍선 아이는 의심으로 몸을 접고

 

누구나 입장시킬지 모르는

누구라도 퇴장시킬지 모르는

우리의 밤은

비무장지대

주사위 같은 눈들이 굴러다니는

 

시멘트 바닥이라 달릴 수 없어

지친 뒷목 마저 덮쳐 전멸로 내달리고 싶어

너무 멀리 온 심장을 살맛나게 하고 싶어

사육사의 칩으로 겁쟁이로 울다

나의 동물은 다시 돌아오고

 

멀리 보이는 관람차가 동녘을 끌어내리면

종교 같은 정글을 거듭 한번 믿어 볼까

 

우리는 밤이면 동물원을 떠난다

수화기 너머 사나운 짐승이 더 이상 발병하지 않도록

 

 

 

 

서울 출생
서울과학기술대 대학원 수료
201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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