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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 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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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06회 작성일 16-08-11 09:12

본문

 

바벨

 

  김 안

 

 

파도는 죽은 입술들의 합만큼 거대한데

점점 사라지고 있는 무게와 두께들

그러나

기억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기술들

기술을 사랑하는 기술들

이곳에서 우리는 낮고 나올 수 없고

더 낮게

최대한으로 평화롭게 불안에 떨 수밖에 없을 뿐

그뿐일까, 그것뿐일까 우리는 증오는

사람들의 다리를 부러뜨렸고

플래카드에는 머리를 맞대어 새로 발명한

의심을 망각하는 기술이 적혀 있고

그와 상관없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 앉아

호프와 쏘맥과 음탕을 즐기는 사이

우리는 그저 기술과 기법과 아방가르드를 사랑했을 뿐이었는데

폭삭, 우리는 귀신처럼 허옇게 눈발이 되어 쏟아져

아무도 믿지 않는 구원처럼

더 낮고

더 깊게 적재되어 간다

그것뿐일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현실은

우리는 어디로 실려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니

지하철에서 쩌렁쩌렁,

목청만 남은 노인네처럼 쓰자

쓸 뿐 쓰다

죽을 뿐

영영 죽어갈 뿐

 

 

 

본명 김명인

1977년 서울 출생

2004현대시로 등단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오빠생각』『미제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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