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 신용목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 / 신용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01회 작성일 16-08-12 08:49

본문

 

공동체

 

신용목

 

내가 죽은 자의 이름을 써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내가 그의 이름을 가져도 되겠습니까? 오늘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으니

나의 이름은 갈수록 늘어나서, 머잖아 죽음의 장부를 다 가지고

 

나는 천국과 지옥으로 불릴 수도 있겠습니까?

 

저기

공원에서 비를 맞는 여자의 입술에서 그의 이름이 지워지면, 기도도 길을 잃고

바닥에서 씻기는 꽃잎처럼 그러나 당신의 구두에 붙어 몇 발짝을 옮겨가고……

 

나는 떨어지는 모든 꽃잎에게 대답하겠습니다.

 

마침내 죽음의 수집가,

슬픔이

젖은 마을을 다 돌고도 주인을 찾지 못해 누추한 나에게 와서 잠을 청하면,

찬 물이 담긴 주전자와

마른 수건 하나,

나는 삐걱거리는 몸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목소리로 물을 수 있습니다.

더 필요한 게 있습니까?

 

그러나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달라고 할까 봐.

꽃 핀 정원에 울려퍼지다 그대로 멈춰버린 합창처럼, 현관의 검은 우산에서

어깨 위에서…… 빗물처럼

뚝뚝,

 

오토바이와 회색 지붕과 나무와 풀

 

위에서

 

망각의 맥을 짚으며

또,

보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울까 봐.

그러면 나는 멀리 불 꺼진 시간을 가리켜 그의 이름을 등불처럼 건네주고,

텅 빈 장부 속에

 

혼자 남을까 봐. 주인 몰래 내어준 빈 방에 물 내리는 소리처럼 떠 있는

 

구름이라는 물의 영혼, 내 몸속에서 자라는 천둥과 번개를 사실로 만들며

 

네 이름을 훔치기 위해

 

아무래도 죽음은 나에게 눈을 심었나 보다, 네 이름을 가져간 돌이 비를 맞는다.

귀를 달았나 보다, 돌 위에서 네 이름을 읽는 비처럼,

내가

천국과 지옥을 섞으며 젖어도 되겠습니까?

저기

공원을 떠나는 여자의 붉은 입술처럼, 죽음을 두드리는 모든 꽃잎이 나에게 기도를 전하는……

여기서도

 

인생이 가능하다면, 오직 부르는 순간에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사랑이 가능하다면,

죽은 자에게 나의 이름을 주어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그를 내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습니까?

   


04825968_20080116.jpg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2000작가세계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19회 백석문학상, 18회 현대시작품상, 14회 노작문학상

2회 시작문학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88건 26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9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6 0 07-25
19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2 0 06-25
19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4 0 07-25
19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7 0 07-26
19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4 0 07-26
19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1 0 07-28
19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9 0 07-28
19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9 0 07-29
19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9 0 07-29
19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2 0 08-01
19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4 0 08-01
19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6 0 08-02
19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6 0 08-02
19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1 0 08-03
19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4 0 04-07
19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5 0 08-04
19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3 0 08-04
19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8 0 08-05
19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8 0 08-10
19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9 0 08-10
19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6 0 08-11
19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2 0 08-11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2 0 08-12
19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0 0 08-12
19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3 0 08-16
19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4 0 07-18
19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2 0 08-16
19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4 0 08-18
19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6 0 08-18
19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5 0 08-19
19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6 0 08-19
19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55 0 08-22
19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8 0 08-22
19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8 0 08-23
19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7 0 08-23
19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1 0 01-03
19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1 0 08-24
19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0 0 08-25
19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4 0 08-25
18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2 0 08-26
18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7 0 08-26
18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1 0 08-29
18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6 0 08-29
18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6 0 08-30
18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0 0 08-30
18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3 0 09-02
18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7 0 09-02
18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5 0 09-05
18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2 0 09-05
18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8 0 09-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