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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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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31회 작성일 16-08-18 09:50

본문

 

출소

 

  이승하

 

 

죽기 전에 유언처럼 말했다

 

내가 죽인 사람이 저승에서 기다릴까요

만나면 무슨 말로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조각상 같은 표정이 되기까지

악몽과 구토의 나날

죽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죄에 갇혔던 혼이 빠져 나가니

얼굴이 해맑아지는구나

 

연고자 한 명 없이 행해지는 입관식

몸 깨끗이 닦고 수의(壽衣)를 입혔다

 

40년 동안 입어온 수의(囚衣)

비로소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사랑의 탐구』『폭력과 광기의 나날』『박수를 찾아서』『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 』『불의 설법』『감시와 처벌의 나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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