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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이 사는 집 / 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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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09회 작성일 15-07-31 09:41

본문

눈사람이 사는

 

   박정원

 

 

 

쌓인 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책을 나누어 읽으면서 끄덕이는 모습이 보이는 듯도 하다

 

눈송이 하나하나에 갇힌 나에 대한 기록이 풍등의 행방처럼 묘연하므로 햇볕의 무동을 타고 저쪽으로 건너려는 그들을 나는 망연히 올려다만 본다

 

거들먹거리는 짐승 들이 미끄러져 고꾸라진다 멀리 있다는 수미산도 설산처럼 비치다가 사라진다

 

당신의 목소리가 흰뺨박새처럼 쉬던 자리

나를 유혹하던 시간들이 안나푸르나처럼 지나가는 동안

 

한강 어귀 저쪽에서 모자를 깊게 눌러쓴 그림자가 다가온다

눈사람이다

내 이야기는 몇 페이지에 나오느냐고 따지다가 나뭇가지만 부러뜨리고 주저앉아 눈꽃이 된다

 

명료한 것들은 맨 밑바닥이거나 꼭대기를 선호한다

보이지 않는 활자 속에서 물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내로라하는 주인공마다 세찬 바람소리만 앞세운다

 

얽히고설킨 눈보라일수록 촘촘히 쌓인다

덮어버리면 물이 된다는 분명한 오류는 다시 눈발에 짓밟히고

 

다 쓰지 못하고 먼저 간 눈들의 책갈피를 넘기다가 눈송이 같은 당신이 흐느낀다

나는 당신이 펴낸 책 당신이 만든 집

 

발기된 클리토리스처럼 히말라야가 내 혀끝에서 녹을 때

나는 세상을 다 뒤덮어버린 듯 기뻤다 하지만 어디를 뒤져봐도 내 기록은 없다 어떻게 해야만 내가 단숨에 무너지는 줄을 오직 당신만이 알 뿐

 

 

 

충남 금산 출생
1998년《詩文學 》등단
시집으로 『세상은 아름답다』『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꽃은 피다』
『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고드름』『뼈 없는 뼈』『꽃불』
‘함시’ 동인으로 활동 중
시인정신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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