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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선 / 박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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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69회 작성일 16-08-19 09:29

본문

 

예인선

 

  박형권

 

 

한 배가 다른 한 배를 이끈다

바다채송화가 핀 바다 정원으로 아버지가 아들 손을 잡고 놀이공원 가듯이

서로 손 놓지 않고 솜사탕도 풍선도 한 손에 들고 바이킹 타러 가듯이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 피와 살로 얶은 끈, 血肉

축 처졌다가 팽팽하다가 휘감기도 하다가 이끌고 끌리며 하나 되는 일

한 쌍이 되어 바다를 가르는 일 파도가 두렵지 않다

앞장서서 가거나 뒤따라가거나 손만 놓지 않는다면

서로가 서로를 반드시 건질 것이다

오늘은 아버지의 심장은 느리게 뛰고

아주 작은 아들이 앞장을 서서 땅이라면 업고 갈 아버지를 이끈다

아버지의 두툼한 손이 몇 달 사이 가벼워졌고 마음에 닿는 무게는 무거워졌다

갈매기와 물새들이 원추리꽃 한 다발씩 들고 등대섬에 모여서 손을 흔든다

이 바다 끝에 가면 엔진과 전선과 배수구와 뼈와 살이

산산이 분리 될 것을 아는 아버지 아들 힘들지 말라고

남은 혈액으로 엔진을 돌린다

아버지는 끝까지 아버지로 남고 싶은 법이다

마지막 엔진을 돌린다 혈육의 끈이 느슨해진다

다시 팽팽해진다!

아버지가 숨이 가쁜 것이다

아버지에게 배우고 익힌 길 배 묶는 법을 배웠던 정박지로

코끼리가 코끼리의 꼬리를 물고 여행 가듯이

끝에 코끼리 무덤 있듯이 몸이 상여인 큰 배 한 척이

뜨거운 生으로 쨍쨍 내리쬐고 싶은 여름바다 위에서 작은 배에게 이끌려 간다

 떠나보내는 일도 잔칫집 가는 양 서로 이끌고 밀어주어야 하는 바다에서

어떤 이가 또 몸으로 그물을 감아 들인다 
 
 


20150922_01010118000003_01L.jpg

1961년 부산 출생
경남대학교 사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우두커니 』『전당포는 항구다』,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웃음공장』 『도축사 수첩』

제17회 수주문학상, 제2회 애지문학회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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