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을 굽는 봄날의 레시피 / 송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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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31회 작성일 16-08-25 12:29본문
식빵을 굽는 봄날의 레시피
송종규
이 이스트는, 이 반죽은,
누가 방금 던져 놓고 간 내 미래 같아서
나는 괜히 수줍고 두려워 그 보드라운 속살에 코를 갖다 대거나
손가락으로 찔러 보기도 하지만
이 이스트는, 이 반죽은,
누가 방금 보내 온 눈사람 같기도 해서
나는 괜히 슬프고 두근거려 차양을 치듯 얼굴을 가리거나
흘러간 노래를 흥얼거려 보기도 하지만
오늘 스페인 풍의 접시와 식탁과 고무나무는 마치
숲의 입술을 열고 호루라기 소리가 튀어나오던 청춘의 한 날 같아서
나는 괜히 울컥하고 멋쩍어
연미복을 입은 열두 시에게 마음을 들킨다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아는 사람보다 몇 억 배 더 많은
이 지상에서
소금 덩어리와 탁본과 물고기의 화석을 말한다 한들
누가 들어주기나 할까, 봄날의 아름다운 퇴폐를
읽어주기나 할까
삶은 때때로 세월이 내팽개친 반죽 같아서
나는 혼자서도 곧잘 부풀어 오르고 혼자서도 곧잘 풀이 죽기도 한다네
당신께 핑계도 안부도 전할 수 없지만
수줍고 멋쩍고 두려운 문장을 적을 수밖에 없다네
나는 마치, 방금 도착한 나의 미래 같아서
1952년 경북 안동 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 《 심상》으로 등단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 』『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
『 고요한 입술』『녹슨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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