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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 함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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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00회 작성일 16-08-31 09:41

본문

 

잠자리

 

  함순례

 

 

매미 소리 물고 잠자리 날아든다

 

장맛비에 물러터진 복숭아처럼 꼭지 잃은 말들이 썩어가는 동안

3억 년 이상 아름다운 비행 멈추지 않은 널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교정지와 출판사와 제본소 오가는 사이 뜨거운 햇살과 내통한 듯

비틀거리던 기억이 난다 짧은 그늘 비껴 걸으며 눈빛 붉어지고 입안에

단내 풍겨나왔다 그 때마다 깨물던 밥풀과자 날린다

 

여름 물가에서 차례차례 껍질 벗고 오늘 아침 창가에 투명한 그물 펼치는

잠자리떼, 내 발목에도 말랑한 피가 도는 것이다

 

지금 난 겹눈 훔쳐 달고 검붉은 자루 속 빠져 나오는 중이다
 
 


1966년 충북 보은 출생
1993년《시와 사회》신인상 수상
시집『뜨거운 발』『혹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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