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수건 / 이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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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20회 작성일 16-09-05 10:48본문
흰 수건
이기인
헐은 옷소매를 움직이는 그녀에게로 눈시울이 붉은 바람이 온다
그녀 등 뒤로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한 송이 파꽃을 피워 올리는 시간이 흔들린다
울음을 데리고 온 새 한 마리 어둠이 오는 쪽을 기웃거린다 흙을 튀기며 날아간다
비 오는 날에 새로이 떨어진 돌멩이 밭 한가운데 박혀있다 홀로 상처를 꺼내어 본다
밭 가생이로 올라온 풀들이 촘촘히 우거진 느릅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울고 싶다
흰 수건을 오랫동안 머리에 쓰고 있던 그녀의 호미는 하던 일을 멈춘다
잔글씨들처럼 많은 가지와 잎사귀와 뿌리가 한 호흡을 멈추고서 그녀를 둘러본다
울리지 않는 종소리처럼 아직 걸어 나오지 않은 밭 모서리 그늘을 본다
흰 수건을 머리에 감은 그녀는 아름다운 저녁을 향하여 손을 흔든다
1967년 인천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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