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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풍선 / 심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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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41회 작성일 16-09-06 10:26

본문

 

고무풍선

 

심은섭

 

 

고무풍선을 가진 사람들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일도 있다 우리 가계도 가끔씩 고무풍선으로 목청을 높이던 날도 있었다 아버지의 아버지는 고무풍선이 터지던 날 요단강을 건너셨고,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아흔의 문턱을 넘고 있다

 

지난해보다 수은주가 붉게 치솟는 계절이 가고, 깃털이 빠진 정수리로 찾아드는 늦은 오후와 봉황새 울음소리 끊어진 오동 나뭇잎에 소금빛 찬서리가 내려도 어디쯤 가야 고무풍선이 터지는지를 알지 못한 채 나도 한없이 걷고 있다

 

질량의 끝을 모르는 채 바람만 불어 넣는 올 한 해도 고즈넉한 패랭이꽃은 우주 속에서 별과 같이 피고지고 또 피고진다. 꼬리가 한 없이 길던 장마전선이 뚜-욱 끊어지면 초록잎새를 문 나무들이 하나둘씩 붉은 조등(弔燈)을 달리라

 

 



강원도 강릉 출생
2004년 월간《 심상》신인상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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