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세문경 / 지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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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54회 작성일 16-09-07 10:00본문
다뉴세문경
지하선
거울 속, 태양계 저편의 아득한 시간을 들여다 본다
희미한 반만년이 손끝에 걸린다
겹겹으로 녹 쓴 시간을 끌어당겨 스윽슥 문질러 본다
침묵의 안쪽 깊은 심저에서 푸른 문양으로 떠돌던 그가
두터운 시공을 걷어내며 어른거린다
빗살무늬 세월이 내 귀를 더듬자 그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사랑이라는 말 그 알맹이를 찾아 수 천 년 헤집어대던
12궁 별자리 열리고 그의 전생과 후생이 출렁거린다
동심원을 그리며 나와 맞닿는 순간
내 몸속에서도 예리하게 벼린 연민의 정이
나의 전생을 데리고 그를 향해 가는 것이다
이승의 뒤켠에서 어둠을 휘감는 숨결 낯설지 않다
죽은 이름을 부르는 금속성의 울음이 시리게 파고 든다
내 삶 어느 구석에 화석으로 굳어있던 이별의 무늬 설핏한데
한 소절 부르다만 마지막 그의 노래가 비명처럼 목젖에 걸린다
몇 만 년 전
그날의 해후가 재생되는 소리
무덤을 흔들며 따갑게 등골을 쑤셔대는데
나는 비몽사몽
그의 주술 속에서 헤매는 중
2004년《수필춘추》수필 등단
2008년 계간《미네르바》 등단
시집『소리를 키우는 침묵』『미지의 하루에 불시착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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