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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 / 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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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75회 작성일 16-09-08 10:08

본문

 

윤달

  

이지호

  

  

옥수수 껍질 벗기다 가끔 섞여 있는 윤달을 본다

기억에서 자주 잊어지는 일들은 윤달에 가 있을까

태양을 둘둘 말아 이불장에 넣어 주는 달

비어져 있는 빈달

종갓집으로 시집간 언니의 몸이 다니러 가 있던 달

정화수에 온전한 달이 뜨는 날들이 늘어나도

언니의 아랫배에 가득하던 빈달

  

둥근달이 다 새어나간 빈 그릇

어디 거대한 환기통이 있어 자꾸만 빠져나가는 달

기억나지 않는 일들이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고

좋아서 동티나는 일들이 몸을 사리는 곳

배고픈 윤달이 거기 웅크리고 있을 것 같다

  

푸른 기억이 길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웃자란 새로운 풍경이 옛 풍경을 덮는다

물소리 가득한 나무의 이파리가 간지러운 듯 팔랑팔랑 허공의 공기를 휘젓고

시간은 열매를 맺고 고개 숙인다

일그러지는 풍경 뒤엔 바람의 소리가 있다

청춘은 보이지 않고

풍경의 끝에 중년의 눈동자가 걸려 있다

  

까만 옥수수 알갱이가 촘촘 박힌 얼굴의 언니가 보인다

헛배 가득 부른 윤달이 다가오고 있다

몇 건의 경조사가 잠시 쉴 것이다

 






1970년 충남 부여 출생
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2011년《창작과비평》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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