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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은 뜨거워지지 않는다 / 김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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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04회 작성일 16-09-22 08:51

본문

 

보이는 것은 뜨거워지지 않는다

 

      김학중

 

 

   석쇠는 석쇠를 굽는다. 뜨거워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의 반복이지만 조금 뜨거웠다. 그녀의 눈을 본다. 내가 그 눈빛에 달구어진다. 그녀는 모른다. 온도의 색깔을 아는 눈은 누구의 것일까. 하늘빛은 하루 종일 온도를 쟀다. 태양은 가장 뜨거울 때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밤을 부른다. 나는 그녀의 온도를 재는 데 실패한다. 처음엔 내가 구웠는데. 고기를 잘 구워야 하는데. 고기를 굽는 눈과 귀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데 조심스럽게 가장자리가 타기 시작하는 고기 몇 점을 그녀가 뒤집는다. 붉은색은 아무거나 잘 굽는다. 붉은색을 믿어보기로 하여 고기 몇 점을 구워 먹는다. 석쇠 쪽으로 고개를 자꾸 내민다. 살아서 살이 맛있다. 어두운 식도는 늘 밤인데 맛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온도랑 비슷한데. 그만 좀 볼래? 그녀가 눈을 흘긴다. 석쇠는 고기를 굽지만 그냥 누워 있다. 기름이 빠지는 소리는 흥겹다. 무엇인가 잊은 것 같은데 석쇠는 씹지 않는데. 아무래도 아무렇게나. 일단은 씹는데. 밥 때는 이렇게 와서 아무렇게나 가는데. 나는 밥 한 끼를 위해서 아무렇게나 살 수가 없다. 판을 간다. 판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석쇠에 남은 탄 자국을 나는 닦지 못할 것이다. 탄다. 타는데 하루가 식는다. 그녀가 손을 내민다. 밤이다. 그녀가 밤에 고기를 얹고 있다. 얹히는 것은 눕는다. 누워 있는 것은 고기만이 아니다. 고기는 고기가 익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녀는 보지 못하는 것을 오랫동안 보고 있어서. 나는 살아서. 살이 익는 것을 본다. 보이는 것은 뜨거워지지 않는다.

 

   그녀는 그만 보라고 한숨을 쉰다.

 


1977년 서울 출생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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