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분세수2 / 윤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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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15회 작성일 16-09-26 12:21본문
금분세수 2
윤관영
무림사에 종종 어이없이 죽는 고수자가 있었다.
오직, 무에 미친 자. 일생 이룬 내공을 폐하고 새롭고 정순한 내공으로 채우려는 자. 정적이나 사문의 계승자는
그 때를 노렸다. 그런 위험천만을 알면서도 스스로 내공을 폐하고 다시 채우려는 시도를 하다니,
武狂을 넘어선 자다.
항아리는 비워야 거꾸로 세울 수 있다.
비워야 내부를 닦을 수 있다. 바닥도 닦을 수 있다. 똥자바리도 닦을 수 있다.
비워야 그늘에 둘 수도 있고 거풍도 시킬 수 있고, 재정비가 된다.
일단, 다, 게워내야 한다. 고수자라고 비운 내공을 채우는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다.
비워야 한다, 말려야 한다.
고수가 아닌, 하수자가 내공을 폐하다니
다만, 덜 채워진 통은 비우기가 쉽다.
정적도 없고, 암투도 불러오지 않는 허접한, 잡다한 내공을 가진 이가 있다.
그가 내공을 폐한다. 자식, 겁나게, 겁나는 모양이다.
문과 무가 무에 다르랴.
항아리는 거꾸로 세워야 비워진다.
1996년《문학과사회》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어쩌다, 내가 예쁜』
1994년 <윤상원 문학상>
2009년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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