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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안셔스/ 성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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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62회 작성일 16-09-27 09:34

본문

 

 리시안셔스

 

 성동혁

 

 

눈을 기다리고 있다

서랍을 열고

정말

눈을 기다리고 있다

내게도 미래가 주어진 것이라면

그건 온전히 눈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왜 내가 잠든 후에 잠드는가

눈은 왜 내가 잠들어야 내리는 걸까

서랍을 안고 자면

여름에 접어 두었던 옷을 펴면

증오를 버리거나

부엌에 들어가 마른 싱크대에 물을 틀면

눈은 내게도 온전히 쌓일 수 있는 기체인가

당신은 내게도 머물 수 있는 기체인가

성에가 낀 유리창으로 향하는, 나의 침대 맡엔

내가 아주 희박해지면

내가 아주 희박해지면

누가 앉아 있을까

마지막 애인에게 미안한 일이 많았다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

내가 나중에 아주 희박해진다면

내가 나중에 아주 희미해진다면

화병에 단 한 번 꽃을 꽂아 둘 수 있다면






1985년 서울 출생.
2011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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