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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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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98회 작성일 16-09-30 09:56

본문

 

스트라이크

 

박지웅


나는 열 개, 볼링 핀처럼 나는 열 개, 볼링공은 굴러오고 나는 팔다리도 없이 하얗게

서서 웃지

 

공중을 굴러온 태풍처럼 휘어져 들어오지, 나는 우당탕 튕겨 날아가 나를 때려 넘기

지, 나는 열 개, 나는 소리가 좋지, 나는 누워서 웃지,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지

 

피 한 방울 없이 죽어 나자빠지는 나는 육체가 아니라 형체, 나는 나의 모형들이지

나는 열 개나 웃지, 내 옆에 배치된 나, 내 뒤에 배치된 나, 나는 집계되지, 나는 그냥

머릿수지, 나는 나의 형제들이지

 

나는 몇 개 남지, 이빨 빠진 입처럼 나는 웃지, 나는 용서받지 못하지, 깨끗하게 치워

지지, 나는 모두 뒤에 모여 웃지

 
쓰러진 나는 세워지지, 일으켜 세워야 다시 때려눕힐 수 있지, 뒹굴면서 웃지, 웃는 나

는 열 개나 있지, 나는 뼛속까지 통쾌하지, 두개골 깨지게 웃지

 

나는 고정되지, 나는 운신할 수 없지, 볼링공은 언제나 굴러오고 커지지, 나는 관대하게

웃지, 경쾌하게, 나는 박수칠 준비가 되어 있지

 


 

 

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 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2017년 '천상병 시(詩)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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