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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뚱에 대하여 / 조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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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45회 작성일 16-10-07 10:12

본문

 

 기우뚱에 대하여

​  조연향

 

  동네 쓰레기장에 버려진 교회 연단 탁자 하나

  기우뚱 쓰러질 듯,

  부서진 말씀을 잡고 ​다리 한쪽으로 서 있다

  무슨, 내일의 노래가 되어야 할 까만 씨알이라도 물었는지

  배를 뒤집다 날아오르는 새 두 마리

  잠언처럼 목청이 내 목덜미를 선히 휘감아 채고​

  꽃그늘 아래 어깨 한 줌이 뭉텅 흘러내린다

  라일락 꽃숭어리, 응답을 보내듯

  제 보랏빛 숨을 더 보랏빛으로 불어 꽃냄새를 확 풀어 놓는다

  뜻밖의 설교였다

  저 버려진 연단 탁자가

  떠오르는 새들의 목청을 빌어

  기우뚱한 날들에 대해 얘기해 줄 줄 몰랐다

  새들은 구름가지에 걸려 바람 가득 푸드득거리고

  차압딱지 붙이는 일만은 없는 세상의 일

  목매듯 기도하던 사내,

  끝내 빗물 섞인 흐느낌으로​

  더듬더듬 꽃 피는 골목길을 지나갔으리라

  야반도주의 기다란 그림자 설핏

  녹슨 못이 빠져나오듯 핏빛이 번지는 이녁의 모서리마다

  봄바람이 꽃바람인데

  연단 탁자는 기울어진 체위로

  번개 긋던 날의 내침을 후회하고 있나

  소나기가 둥근 땅을 허물어 헤치던 날을 간증하고 있나

  라일락꽃 그늘 밑에서

  딱딱하게 굳어 있던 왼 어깨를 흘린 나는 왠지

  벗겨진 이 저녁의 자세를 풀고 싶지 않았다

  꽃바람이 주둥이를 내밀고 얼굴 앞에 와 짖어도,

  지붕 없는 쓰레기더미 아래 한 그림자의 노숙이 꽃숭어리 같다

  저 기울어진 것들이 편안해 보이는,

  기우뚱이 기우뚱으로 일어나려고 하는 저녁의 연단 탁자 아래

  꽃숭어리를 어루는 근근한 설교 더 냄새 맡고 싶었다

 

 

 

 

경북 영천 출생
199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2000년《시와시학》등단
경희대 국문과 박사학위 취득
시집『제 1초소 새들 날아가다』『오목눈숲새 이야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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