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심장 / 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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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11회 작성일 16-10-13 10:27본문
달콤쌉싸름한 심장
이용임
노래가 가라앉고 심장
단잠이 지나가고 심장
어느 여름엔 마루에 앉아
풋내나는 심장을 먹었지
머리 위로 빛나고 무거운 것이
빠르게 지나갔어
긴 발자국을 흘리며
감정을 유리그릇에 담아
이리저리 흔들어보자
오래 두면 푸르게 녹이 끼는
내 오래된 심장
독에 넣어
겨우내 땅에 묻고
동백나무 아래 숨기고
벚나무에 매달고
실종신고도 하지 않고
소문도 구설도 없이
곰삭혀보자
내 고요한 심장
한 철도 제대로 죽어보지 못한
심장은 떫지
너무 오래 뜨겁고 질겼던
심장은 비리지
눈보라 서너 번
꽃지는 봉분 몇 개
타박거리고 넘은
심장이 적당해 달콤쌉싸름한
나의 심장
기억일랑 끈끈하게 쏟아버리고
맨발을 흔들며
심장을 먹자
환한 여름 오후에는
노래는 가라앉지 영원히
단잠은 옛일이지 꿈도 없이
흉곽은 빈 집
안녕
1976년 경남 마산 출생
숙명여대 전산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안개주의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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