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 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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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28회 작성일 16-10-20 09:27본문
별별
김 산
여기서 우리는 먼지들의 종족이 된다.
먼지의 먼지의 먼지가 흩뿌리는 빛의 무리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옥탑방 난간에 서서 고개를 들고 있으면 별별 당
신들이 두 눈에 맺히곤 한다.
랍비의 낡은 신발처럼 이역(異域)은 저기가 아니고 여기
인데, 여기서 우리는 헐거운 신발 한 짝처럼 슬그머니 발목
을 감출 뿐인데,
별과 별이 라트비아와 리히텐슈타인의 거리보다 촘촘하
게 공중에 떠 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나와 내가 공중과
또 다른 공중에서 나를 본다.
나는 나를 철저하게 방치한다. 방치한다는 말은 내 신발
한 짝이 아직 당신에게 도착하지 않았다는 적확한 발
음이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사막으로 떠나는 저 별별들의 행
렬은 어디서 고행을 멈추게 되는 것일까. 눈이 곧 내릴 듯
하다.
당신이 반짝인다.
1976년 충남 논산 출생
2007년《시인세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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