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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쏟아지는 하늘 / 함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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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7회 작성일 16-10-21 09:46

본문

 

모래가 쏟아지는 하늘

 

 함기석

 


화장터 도로변에 목련 꽃망울들 싱싱하다

누가 꺼내 달아 놓았을까

하얀 심장들

가지 끝 하늘엔 빈 둥지처럼 떠 있는

친구의 마지막 웃음소리

 

메아리처럼 꽃망울이 터진다

꽃의 육체에 갇혀 있던 문자들이 터져 나와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언젠가 나도 가야 할 공중의 길

바람에 꽃잎들은 흩날려 공기 속을 떠돌고

홀로 남겨진 아이는 운다

 

아빠와 함께 왔다가

혼자서 돌아가야 하는 목련나무 길

<없음>이라는 말의 있음을 아이의 <눈>에서 보고

<있음>이라는 말의 없음을 뒤집힌 <곡>에서 듣는다

꽃망울 하나가 또 내 심장처럼 터진다

 

굴뚝이 내뱉는 검은 숨을 허공이 마시고 있다

연기와 함께 문자들이

허공의 폐 속 깊이 흡입되어 사라진다

언젠가 나도 가야 할 저 연기의 길

오래전 누군가의 아름다운 육체였을 저 형체 없는

연기들 공기들 빛들

 

노란 나비 한 마리

아이의 머리 위를 아물아물 날고

아이는 목련나무 꽃그늘 속에서 계속 운다

하늘에서 우수수 금빛 모래들이 쏟아진다

나는 말없이 하늘 밖 머나먼 우주를 바라보다가

아이의 젖은 뺨을 닦아준다

 

여린 뺨에 붙은 꽃잎 한 장

그 창백한 우주의 지도에 섬처럼 박혀 있는

모래 한 알, 그 무언의 점을 본다

그 순간

나도 봄도 이 목련나무 꽃길도 이미 <없는 말>이어서

하늘도 땅도 지구도 저 광대한 우주도 모두

한 알의 모래

 

내가 껴안자

아이는 두부처럼 부서지고

하늘 가득 아이의 울음만 팽팽히 커지고 있다

 

 

hamkisuk_150.jpg

 

 

1966년 충북 청주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수학과 졸업

1992작가세계등단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공원』 『오렌지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동화 상상력 학교

2006년 눈높이아동문학상, 10회 박인환문학상, 8회 이형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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