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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 서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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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55회 작성일 16-11-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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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天日)

 

서규정


신년 벽두 동네 바보가 결혼식을 올린다
물론 그 짝도 영리해 보이진 않는다
생글생글 신랑 신부의 표정이 하도나 맑아서
검둥개도 꼬리를 살살 치고
둘은 마음이 무척 바쁘다
바짝 붙어 더 바짝
녹던 눈도, 함박송이를 간추려 다시 날
시간조차 멈춘 딱 그 한 장을
터지는 플래시와 함께
사진사는 그냥 눌러 박아 버렸다
역사는, 순간이다
떡국이 돌고 도란도란 모여 앉는다
헤프다는 것,
첫날밤처럼 헤픈 일이 어디 또 있고
새벽닭 울 때까지 발포는 계속될 예정
기운이야, 사랑이라는 운동
그러나 아직 시중에 나오지 않는 대하소설처럼
후천개벽의 첫 장은, 무조건 백지로 나올 것이다

 


sgj.jpg

1949년 전북 완주 출생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 황야의 정거장』『겨울 수선화 』『참 잘 익은 무릎』『다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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