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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 심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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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51회 작성일 16-11-10 09:51

본문

 

염치
 

심수향

 

꽉 여문 호박 따러 갔다가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네

조금 더 익으면 죽 한 솥 끓이고 싶었던 꿈

솥째 날아가 버렸네

도무지 그 실실했던 호박이

잘 받아먹던 밥사발 엎은 이유

농사짓는 친구에게 전화 넣었더니

가난한 살림에 입 하나 덜어주려

밥술 놓은 거라 일러주네

숟가락 놓는 일은 포기라고

밥상머리서 눈물범벅 삼켰던

아버지의 밥상 희미하게 떠오르네

새파란 머리 쳐들고 벋어가는 줄기 뒤에서

슬며시 밥술 놓았을 둥근 호박

누렇게 뜬 알로카시아 넓은 잎

진학을 포기하고 돌아선 숙이

그들이 내려놓은 밥술 호박밭에 빛나네

튼실한 숟가락 내려놓지도 못하고

나 오래 오래 서 있기만 했네

 




숙명여자대학교 졸업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신인상 수상
200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 중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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