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물그릇이 있는 풍경 / 위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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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21회 작성일 16-11-21 09:58본문
여자와 물그릇이 있는 풍경
위선환
여자가 손가락을 만지더니 금색 반지를 뺐다 여자의 손가락에 금빛 햇살 오라기가 감겨 있다
<잎은 지고 없는 나뭇가지이다 넓은 잎사귀에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맨발로 걸어서 온 여자의 발바닥이 흙투성이다 땅바닥에 찍힌 여자의 발자국에 흙이 묻었다
<찬물 담아서 물그릇을 놓아둔 자리이다 물그릇의 물빛 윤곽이 남아 있다>
이맛살이 마른 여자는 눈자위에 핏줄이 말랐다. 속눈썹 그늘이 까만 여자는 자주 젖고 운다
<동풍이 지나가고 젖은 구름이 걷힌 뒤이다 공중에서는 물 냄새가 난다>
목 길고 허리는 가는 여자의 그림자 안으로 눈은 크고 어깨는 좁은 여자가 들어가서 눕는다
<물방울 여럿이 수면에 얹혀 있다 무거운 몇 개는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
여자가 여기에 서서 건너다보면 물 건너편에 어제 죽은 여자가 서서 여기를 건너다보고 있다
1941년 전남 장흥 출생
1960년 용아문학상 수상
2001년에 월간《 현대시》를 통하여 작품활동을 재개
2009년 현대시작품상 수상
시집 『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눈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 』
『새떼를 베끼다 』『수평을 가리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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