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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공원이 소란하다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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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43회 작성일 16-11-24 10:39

본문

 

늦가을 공원이 소란하다 

 

 마경덕

 

 

   가을나무들 일 년 소득을 계산한다

 

   분수대 옆 은행나무 봉지에 주워 담은 은행알을 세고 빨간 장갑으로 한 밑천 챙긴 단풍나무는 비가 잦아 재고가 많다고 엄살이다 바늘쌈지를 차고앉은 그늘 귀퉁이 소나무 채머리를 흔드는데 아무 데나 바늘 좀 흘리지 말아요 눈을 흘기는 쥐똥나무 송이송이 쥐똥열매를 헤아린다 어디론가 팩스를 전송하는 플라타너스는 새 발자국 탁본으로 소득공제가 늘었다 까치부부는 토지세가 올랐다고 깍깍깍 미루나무에게 항의 중인데 벤치에는 무표정한 얼굴 셋, 말없는 지팡이 둘, 그 사이 흘린 비둘기 울음 한 보따리, 바람이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가을나무들 수런수런 연말정산을 서두른다 해거름에 공원을 찾아든 떠돌이 사내만 신문지를 덮고 벤치에 눕는다


 

 mgd.jpg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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