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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방 / 엄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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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53회 작성일 16-11-30 09:10

본문

 

나비의  

 

엄재국
 

이 작은 집에 들어가려면 열쇠가 있어야 한다
 
금고 속에 들어 있는 반지며 진주빛 목걸이
본 적 없는 둥근 열매의 팔찌를 훔치려면
캐비닛의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
 
나비는
날개와 날개 사이의 촘촘한 눈금들을 접었다 폈다
낯선 번호의 가시를 헤치고 꽃잎을 연다
 
다이얼이 돈다 문이 열린다 와르르 쏟아지는,
도대체 둥근 빛깔의 보석들
 
일시에, 눈앞 캄캄하므로
나풀나풀 나비는, 환한 대낮에 등불을 켜는 것이다
 
그가 다녀간 자리
부서지고 달아난 문짝들 수북한데,
 
이슥한 봄날,
꾹꾹 눌러 퍼 담은 향기를 등에 지고
 
비틀비틀,
산등성일 오르는 나비의 뒤를 밟은 적 있다

 

 

 

경북 문경 출생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 정비공장 장미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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