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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고 / 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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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23회 작성일 16-11-30 09:23

본문

 

싱고


  신미나


십년 넘게 기르던 개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나는 저무는 태양 속에 있었고

목이 마른 채로 한없는 길을 걸었다

그때부터 그 기분을 싱고, 라 불렀다

 
싱고는 맛도 냄새도 없지만

물이나 그림자는 아니다

싱고가 뿔 달린 고양이나

수염 난 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 있지만

아무래도 그건 싱고답지 않은 일

 
싱고는 너무 작아서

잘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풍선껌처럼 심드렁하게 부풀다가

픽 터져서 벽을 타고 흐물흐물 흘러내린다

싱고는 몇번이고 죽었다 살아난다

 
아버지가 화를 내면

싱고와 나는 아궁이 앞에 앉아

막대기로 재를 파헤쳐 은박지 조각을 골라냈다

그것은 은단껌을 싸고 있던 것이다

 
불에 타지 않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1978년 충남 청양 생
강릉대 교육대학원 졸업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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