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의 표정 / 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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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85회 작성일 16-12-02 09:26본문
옆구리의 표정
고경숙
입술 부르트도록 쏘다니다 만난 헐렁한 민박집 간판처럼 참으로 정처 없는 곳이다
탱자나무 담장에 기대어 이십 년도 더 띤 혁대끝이 허름하게 머무는 그 곳을 바라보며
힘없이 늘어뜨린 팔이 울고 있다 작정하고 독대한 시대의 갈등이다
표정은 등 저쪽으로 자꾸 시선을 민다 내밀하게 당신의 옆구리를 감싸 안고 잠시 삶이
궁금했던 적 언제였나?
사지가 쉬어야만 비로소 안락해지는 거기,
겨드랑이까지 간질이며 힘내라는 그 힘으로, 급하게 한 술 뜨고 세상 속으로 내달리다
옆구리 결려 으레 한 번씩 주저앉는, 숨넘어가게 웃어젖힐 때마다 느꼈던 그 통증의 혼돈
을, 몸은 기억한다
탱자꽃 하얗게 지고 나면 그저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빈 곳에 비죽비죽 여분의 살 채워
지고 먼 것 같던 옛날이 바로 어제처럼,
옆구리 시리니 같이 살자고 쿡쿡 찌른 건 당신이었나? 당신의 당신이었나?
1961년 서울 출생
2001년 계간 《시현실 》등단
1999년 제 4회 하나.네띠앙 인터넷 문학상 대상
2000년 수주문학상 우수상
2012희망대상(문화예술부문)수상.
시집 『 모텔 캘리포니아』『 달의 뒷편』 『혈穴을 짚다』『유렁이 사랑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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