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비림 혹은 1과 고등어 / 최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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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00회 작성일 16-12-16 09:24본문
바람과 비림 혹은 1과 고등어
최광임
바람에게 제 몸을 맡긴 창문이 막무가내 울다
잠들 즈음 나는 눈을 뜬다
한밤중이 목전인 11시가 새벽 한 시경의 적막 같다
이마를 쓰다듬던 부드러운 손길과 그윽한 눈빛을 만나던 시간이다
스르르 몰아오던 나의 잠이 언제나 너의 손끝에서 시작되었을 때도
지금처럼 비릿한 냄새가 묻어나곤 했다
그러므로 새벽의 1시는 푸르스름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다를 떠올리는 푸른 고등어의 모습이다
뒤척일 때마다 비린내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람이 자꾸 비림으로 읽히는 침침한 눈 때문은 아니다
늘 비를 거느리고 있는 바람의 모습을 제대로 읽기위해
실눈을 뜨거나 거리를 조정할 때 덜컹 혹은 후두둑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급한 소리 뒤에는 언제나 그 냄새가 있었다.
창문이 잠결에도 우우우 몸부림친다
고등어가 바다 쪽으로 튕겨 나간 것일까
생각이 그리움 쪽으로 기울수록 기억은 비릿해진다
어쩌면 막무가내로 울었던 것은 바람이었을지 모른다
1과 고등어의 관계를 11시로 보았던 것처럼
지금의 내 생이 부단히 소망해온 너라는 영역이 그리움이었듯
비로소 내가 어떤 너를 그리워한다 한들
내 안의 그리움이 저를 그리워한 것임을 안다
초저녁 선잠에서 깨어보면 11시가 1시로 읽혀도 무방하게 될 즈음
바람과 비림과 1과 고등어의 거리에 대하여 감각하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이
전북 부안 출생
2002년 《시문학》 등단
1987년 진주개천예술제 연극부문 최우수 연출상 수상
시집 『내 몸에 바다를 들이고』 『도요새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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