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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자서전 / 이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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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25회 작성일 16-12-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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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자서전


이기인

 

쉼표를 지우는 바람  다시 쓰는 에세이
흘러가는 구름 자전거를 타는 아이의 옷
표독을 끼얹은 두 잔의 아포가토 흘러내리는 눈썹
두 잔의 틀니 사이로 흐르는 조마조마한 침
아이스크림에 그리는 에스프레소 혓바늘
코 귀 터진 볼을 덮어버리는 검은 모자
보육원 마당을 횡단하는 코끼리 발자국
까마귀 깃털 모자 높은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일곱 살에 짊어진 동무들의 집 나무에 하나씩 올려놓고
기다리던 알밤을 주워서 사라진 다람쥐들의 귀가
달거나 달리거나 쓰거나 슬거나 귀여운 척
쳇바퀴 붉은 시간 속에서 나른하게 녹는다
스푼으로 떠먹는 녹는 바닐라 향의 뭉친 시간들
털옷에서 풀어진 속편의 이야기들
잔뼈가 굵은 햇빛들 저리로 꺼져서 부딪치는
실내에 사로잡힌 속삭이는 말들의 주어와 동사
뜨거운 차가운 손을 섞다 놓친 자전거 바퀴
바람 속으로 빠져드는 녹은 설탕
막대 사탕 아이 녹은 뒷모습
마침표가 없는 설탕


leekiin-150.jpg


 

1967년 인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성균관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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