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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찾아서 / 권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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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35회 작성일 16-12-23 17:46

본문

애인을 찾아서

 

   권순자

 

 

외로운 걸 참지 못하지요

공기도 허전하면 하늘에 오르기도 하고

땅으로 내려오기도 하잖아요 

 

술이 애인이 될 때가 있어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기도 하죠

들떠서 횡설수설 떠들게도 하고

쉽게 웃고 우는 어린애로 만들죠 

 

애인과 동거하기 시작하면

본색이 드러나죠

나를 조종하고 욕망의 링에 초대하죠 

 

애인은 내 심장을 조금씩 빼내 먹죠

인내를 야금야금 잘라먹죠

내장이 파괴되어 출혈이 생기고

허전함보다 더 큰 통증이 핏줄에 흐르죠 

 

나의 사랑에 내가 빠져 허우적대는 걸

애인은 눈치 채죠

나는 발이 없소 입이 없소

데굴데굴 굴러 소리를 대신하죠

애인은 귀가 없소 입만있소 

 

나비처럼 날아가는 날개가 있소 

 

- 권순자 시집 순례자중에서



 

kwonsunja.jpg

 

 1958년 경상북도 경주출생

1986포항문학사루비아2편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03심상신인상

시집으로 우목횟집』 『검은 늪』 『낭만적인 악수

붉은 꽃에 대한 명상』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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