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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라라 / 이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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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77회 작성일 16-12-27 08:56

본문

사람 라라

 

이정란

 

 

그림자의

검은 안경을 벗긴다

거울을 접어 책갈피에 넣는다

너의 이름을 벙어리로 만든다

한쪽 팔을 빌려 베고 잠으로 변장한다

누군가 던진 강물 한 덩어리 받아 삼킨다

내 코가 부서지고 네 웃음이 뜨거워진다

녹아내리는 지붕을 둘둘 말아

촛불을 켠다 새가 녹는다

기도하는 별의

손바닥이 갈라진다

손금을 뜯어 실타래를 만든다

실타래를 타고 눈사람이 전송된다

바람에 날리는 책장을 당신이 눈사람으로 누른다

어깨 위에서 은사시나무 싹이 돋는다

언제 생겼는지 모르는 상처 난 별빛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옮겨 간다

녹고 있는 새의 가슴에서 깃털이 쏟아진다

안녕, 라라!

어두워지지 않는 저녁을 빌려 줘

물렁물렁한 발자국 밑으로는 길이 자라지 않아

 

- 시집 눈사람 라라중에서

 

 

 


 

이정란시인.jpg


1959년 서울출생 

1999심상으로 등단

시집 어둠, 흑맥주가 있는 카페』 『나무의 기억력』 『눈사람 라라

이를테면 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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