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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탄력으로 펼쳐진 오후 / 정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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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04회 작성일 16-12-29 08:38

본문


 

오전의 탄력으로 펼쳐진 오후

 

정익진

 

 

오전 한때 내 머리카락에 불이 났습니다.

차가운 머리로는 뜨거운 생각들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행운이 있었죠.

그건 순전히 금붕어 때문이었지요.

오전에 결혼하고

이혼하고 재혼했습니다.

그곳 수족관에 가보세요.

세계적 차원에서 보내 온 축전들이 쌓여 있을 거예요.

결혼하기 전에는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로 개업했다 폐업하고 다시 개업했습니다.

, 제가 좀 열심히 사는 편이죠.

시인T는 사막의 중심에서 바다까지 연결된

테이블 위, 상징물로 배치해둔

야채와 육고기에 자신의 시론을 비유했지요.

그가 내 등에 업혀 손가락을 뜯어 먹는 장면이

자꾸 떠올라 기분이 이상했었죠.

시 이론을 영역중이었어요.

 

알다시피 난 반역하는 사람이 아니죠.

반역은 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죠.

플루토 항공우주국에서 전화가 왔죠.

우주정거장 개막식 참석 여부를 묻더군요.

. 초청장은 받지 않고 문자는 받았어요.

, , 가겠습니다.

나의 전용 로켓 달무리호를 발사,

기념식에 참석하여 주변 행성을 좀 둘러보다

집으로 얼른 돌아왔습니다.

아코디언처럼 압축된 오전의 비명이

터질 것 같습니다.

 

정오입니다.

 

-시집스캣중에서

 

  jungikjin_150.jpg

 

부산 출생

1997년 계간시와 사상등단

시집으로 구멍의 크기』『윗몸일으키기』『스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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