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쫄깃하다 / 이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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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77회 작성일 17-01-12 09:26본문
거리는 쫄깃하다
이호걸
반들거리고 짙은 고동색 접시 위 회칼로 정갈하게 빚은 도다리 한 접시 있다. 잘 버무린 초장과 한쪽 모서리에다가 방점 놓은 고추냉이 위태하다.
접시는 모두 둘,
간소하게 붙은 살점이 서로 붙들고 있다. 이미 결딴난 등지느러미 쓰레기통으로 가고 핏기없는 게 촘촘하다.
한 점 한 점 젓가락으로 집는다. 물컹하게 씹히는 것 사이 이와 이, 혀와 침, 초장과 고추냉이가 번갈아가며 저울질한다.
어떤 거는 잔가시가 삐죽거리기도 하지만 그나마 씹는 데는 별별 괜찮다.
잘 씹으세요. 비늘, 걸리적거릴 거예요.
한 때는 저 깊은 바다 곳곳 다녔을 도다리, 소금기 가르며 들여놓고 빼는 아가미의 조율 더는 없다. 하얗게 잘 바른 살점 한 점,
젓가락 허방 짚다가 단단히 한 점 집는다. 어느새 오돌오돌 씹는 것도 금방 비우고 짙고 반들거리는 고동색 접시만 유난히 밝다.
경북 칠곡 출생
영남대 무역학과 졸업
시마을에서 작가로 활동중
커피 에세이 『커피향 노트』, 시집 『조감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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