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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리나 / 채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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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94회 작성일 17-01-16 10:52

본문

카리나

 

채수옥

 

 

그녀는 새를 키웠을 것이다. 날마다 깃털에 물을 주었을 것이다. 자신을 닮은 뜻밖의 목소리들이 무성히 자랐을 것이다.

 

입을 벌리고 자신의 말을 밀어 넣었을 것이다. 새의 몸통에 구멍을 뚫고 수시로 드나들었을 것이다. 구멍이 열리고 닫힐 때 마다 노래는 소음이 되었을 것이다.

 

치렁대는 치맛자락 끝에 새끼를 낳았을 것이다. 서로를 모른다고 부인하는 새끼들은 알 수 없는 음절이 되었을 것이다.

 

대책 없이 입을 벌리는 새끼들의 입 속에 지렁이와 날 파리와 썩은 고깃덩이를 배불리 넣어주었을 것이다.

 

이게 오카리나냐

매일 밤 촛불을 들고 새에게로 갔을 것이다.

 

불 속에 갇힌 새는,

 

오카리나를 찢고 오카리나는 새를 벗고, 아무것도 아닌 채로

조류의 역사를 더럽히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 계간 사이펀2016년 겨울호

 



사진(채수옥).jpg

2002실천문학등단

시집 비대칭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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