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 배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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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87회 작성일 17-01-18 09:08본문
외도外島
배재경
외도를 꿈꾸는 사내
언제나 그날만을 생각하며 분기탱천해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즐거움을 만끽하리라
그 부드럽고 쫀득한 살결들을 잊을 수 없다
어둑어둑, 밤의 테러분자 네온들이 활개 하는 저녁
사내는 외도에 젖어, 홀로 주점을 찾는다
다시 완벽한 외도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터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아내는 깊게깊게 잠이 들었고
살금살금 집을 빠져나와 줄기차게 새벽을 달려 찾아들었던
그 황홀한 출렁임을 넘어 끓임 없이 탐닉했던
겨울 영등철* 격정적 뜨거움을
밤을 허물며 솟구쳐 오는 미명의 바다가 온몸을 휘감는다
두 손이 으스러지도록 부여잡았던 절정의 클라이막스를
되새김질하는 사내,
마구 출렁인다 다시금
그날의 흥분으로 속곳이 다 젖어든다
사내, 주말의 외도를 꿈꾸며 행복하다
*외도: 경남 거제시 해금강에 있는 섬.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영등철: 음력 2월을 말한다. 낚시꾼들에게는 대물 감성돔을 낚을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다.
- 《사이펀》 2016년 가을호
경북 경주 출생
1994년 《문학지평》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그는 그 방에서 천년을 살았다』 『절망은 빵처럼 부풀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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