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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풍경 / 조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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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30회 작성일 17-01-26 08:50

본문

젖은 풍경

 

조미자

 

 

작은 새 한 마리 가물가물 날아간다

흐린 연못을 헤엄치는 피라미 같다

비는 오는데

저 작은 게 언제 하늘을 건너나 하는데

텅 빈 하늘

새는 젖은 하늘을 춤추며 날아갔다

 

집들이 허공에 기하 도표를 그렸다

사이사이 키 큰 나무들은 초록 포물선

저 도표 안엔 짭짤한 숫자들 숨어있지

재건축 바람 방정식은

헌집 헐어 새집 새끼 치는 것

마흔 평 땅에 아담한 집 헐고 새끼 여섯 친

통장 네 명지빌라 분양 현수막은

후줄근하게 젖었다

방이 좁아 분양도 안 된다는데

융자 받아 지었다는데

부질없는 걱정하며 눈길 준 하늘

뽀얀 젖 퉁퉁 불어

나무들 솨솨 젖 빠는 소리

 


 

서울 출생

월간 문학세계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

길이 되어 누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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