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국 / 김병호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냉이국 / 김병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08회 작성일 17-02-02 08:23

본문

냉이국

 

김병호

 

 

가로등은 깜박, 깜박 얇은 잠을 뒤척이고

담배가게 용길이 할머니도

난로가에 앉아 선잠을 데우십니다

젊은 아버지 퇴근길의 휘파람처럼

눈발이 골목을 길게 휘감으며

어깨 좁은 이웃들의 안부를 묻는 저녁입니다

 

어머니 시집올 때 해오셨다는

자개상 위에서 서둘러 맞는 저녁

아버지가 좋아하셨다는 냉이국을

두 쌍의 수저가 어깨 세워 사이좋게

달그락거리고, 바닥에 가라앉은 뿌리마저 훌

훌 들여마시면, 한 그릇으로도 가득 넘치는

, 난 아버지의 봄마저 마십니다

 

멀리 계신 아버지, 마당 한 쪽에

싸륵싸륵 눈 쌓이는 소리로 안부를 전하면

꽃시절 그리운 어머니는

먼 나라로 길을 나서듯 뜨개질을 하시는데

조개껍질 안으로 영겁을 지낸 순한 짐승들이 날고

꽃구름 사이로 볼 붉은 아이들이 뛰어다닐 때

먼 나라에서 어깨 나란히 걷는

하이칼라의 젊은 아버지와

하이힐, 나팔바지의 어머니

 

밤이 깊을 수록 아버지의 안부는 선명해지고

어머니는 미닫이에 걸린 달빛으로

한 땀 한 땀 봄을 깁고

내일쯤 나는

다시, 젊은 아버지를 만날 수 있겠습니다


 

721397_300829_3215_59_20130325081621.jpg
 

1971년 광주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달 안을 걷다, 밤새 이상을 읽다』 『백핸드 발리

2013년 한국시인협회상 젊은 시인상

2013년 제8회 윤동주 문학대상 젊은 작가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81건 16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7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5 0 02-07
7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9 0 02-06
7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3 0 02-06
7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5 0 02-03
7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1 0 02-03
7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1 0 02-02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9 0 02-02
7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6 0 02-01
7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1 0 02-01
7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8 0 01-31
7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2 0 01-31
7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5 0 01-26
7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1 0 01-26
7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1 0 01-25
7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9 0 01-25
7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2 0 01-24
7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7 0 01-24
7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4 0 01-23
7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9 0 01-23
7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0 0 01-20
7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9 0 01-20
7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3 0 01-19
7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1 0 01-19
7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2 0 01-18
7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1 1 01-18
7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3 0 01-17
7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0 0 01-17
7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09 0 01-16
7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6 0 01-16
7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5 0 01-13
7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3 0 01-13
7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8 0 01-12
6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1 0 01-12
6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5 0 01-11
6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1 0 01-11
6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4 0 01-10
6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7 0 01-10
6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3 0 01-09
6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3 0 01-09
6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1 0 01-06
6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3 0 01-06
6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6 0 01-05
6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6 0 01-05
6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2 0 01-04
6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2 0 01-04
6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1 0 01-03
6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2 0 01-03
6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1 0 01-02
6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8 0 01-02
6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3 1 12-3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